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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qkrdmqcjs 2021. 11. 8. 02:42


너는 울지 말라고 했지만 누구보다 나를 울게 만드는 건 너라는 사실을 넌 잊지 말아야 한다. 이건 네가 안고 가야할 죄의식이다.

한국 노래가 안 나올 거라 생각했다. 나만 몰랐던 건지 다들 모르고 있다가 서프라이즈를 해준 건지. 근데 정말 팬들도 모르게 내버리면 어떡하니.

유천이의 가사가 참 많이 변했다. 그 심경 변화를 조금 이야기해보자면,

"두 손에 퍼진 눈물을 보며 쓰린 마음 알아챘을 때 무너지는 건 우리였다는 걸 그게 가장 큰 아픔이었어"

재회에서는 우리는 한 번 무너졌지만, 내가 다시 가볼게, 근데 그 걸음조차 사실 좀 머뭇거리게 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돌아서는 너를 멈출 용기 없는 외침. 행복하게 못한 나를 용서해줘"

뒤돌면 모든 길이 추억이라에서는 용서를 빈다. 내가 너의 행복을 망쳐서 미안해, 용서해줘.

나는 박유천이 돌아설 팬들을 알고도 있고, 자신이 외치면 멈출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는 게 조금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얘는 알고 있을 것이다. 등 돌리려던 사람들은 자신의 외침이 아닌 "용기 없는 " 모습에 멈출 거라는 걸. 네가 무너지고, 약해진 게 가슴 아파서 멈춰서서 널 바라보게 될 것이라는 걸. 그래서 비겁하다. 그래놓고 자기는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겠다고. 결국 난 뒤돌아서서 다시 마주하기 무서우니까 다시 와주면 안 돼? 미안해. 그게 너무 박유천스러워서.

그런데 이번에 유천이 가사를 보고 나는 진짜 많이 무너졌다.
쓰느라 오래 걸렸다던 가사는 한국어 가사였구나. 이 글을 쓰는데 그렇게 오래 걸렸구나.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 문득 잘 지내는 건지 몹시 궁금해져 너는"

잘 지내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푸른 하늘을 보면서 묻고 싶었던 너의 마음은
계절이 몇 번이 바뀌어도 지속됐을 거다.

너로 인해 무너진 우리에게 잘 지내냐는 말은 감히 건넬 수도 없는 말이었겠지.

"다만 너에게 그저 너에게 사과하고 싶어"

그 시간이 흘러서 이제야 말할 수 있는 말은 "너에게 사과하고 싶어."
이제는 과거의 어떤 일도 그냥 예전처럼 묻을 수 없고, 내가 주저해서도 안 되고, 단순히 용서해달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있는 거다.
이제 너한테 사과할 시간을 달라고. 앞으로 우리의 시간은 나의 속죄로만 이어져도 좋으니 사과하고 싶어.

"시끄러운 세상 속 내 마음 활짝 열고 네 손을 잡고 달리고 싶었어."

이 가사는 과거형이다. 시끄러운, 그러니까 자신을 두고 왈가왈부하던 그런 세상이어도 그냥 우리들끼리만 도망쳐서 우리들끼리만 오순도순 잘 살면 될 거라 생각했다는 것 같다.
이렇게 하면 과거에 왜 그렇게 눈 막고 귀 막고 살았는지 알 것도 같다.
편지의 내용을 잠깐 끌고 오자면, 이제는 자신으로 인해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다치고 아파하는 걸 볼 수가 없다고 했지. 이제는 네 손을 잡고 도망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은 것 같기도 하다.

사족을 조금 붙이자면 이 부분의 멜로디는 뭔가 모르게 희미한 과거 회상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손 잡고 달리는 그런 순수했던 과거의 모습들처럼.
이별을 앞두고 일단은 웃으면서 달려보는 일본의 청춘영화 같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이 부분이 제일 좋다.

"오늘만 너에게 미소를 지어도 울지 말아줘."

오늘"만" 한정적인 보조사를 붙여서 오늘만이라도 울지 말자고 말하는 너.
그리고 얘는 자기가 웃을 때도 팬들이 운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오늘만이라도 울지 말아달라고.

"모든 너의 아픔을 지울 수 있도록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을 허락해줘."

이제 그가 사람들 앞에 서는 이유는 오로지 "속죄"다.
자기가 남긴 그 상처가 얼마나 큰지 아니까, 너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시간만이라도 허락해달라고.

너무 처절하잖아.

사실 너에게 사과 받고 싶은지 그것도 모르겠다. 그냥 미울 때도 많은데, 그게 사과받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모르겠다. 누누이 말하지만 네가 잘 사는 거, 잘 웃는 것만 보면 이제는 더 이상 슬퍼지지 않을 수 있다.

그냥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시간이 흘러서 너와 우리 사이에 있었던 그 수많은 일들이 그냥 해프닝이 되고
이제는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일이 된다고 할지라도
그냥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돼?
어디 가지 말고, 그냥 언제나 볼 수 있는 그 자리에서 항상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네가 많이 힘들었다는 것도 알고, 그런 너를 좋아하는 것조차 힘들었다는 거 너도 알잖아.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글쎄 그건 모르겠지만.

아프지만은 말았으면 좋겠다.

노래 좋아. 진짜 좋아.
네가 노래해줘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