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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았던

나는 당연히 유천이를 좋아했으니 09 이후로는 김박김을 좋아한 게 맞지만..
오방시절의 유천이를 부정하고 싶지 않다. 그 안에서 유천이가 쌓아왔던 네 명과의 관계성은 너무 돈독했고 그때 유천이에게 제일 소중했던 건 그 네 명이 맞았으니까. 아직도 땡스투에 써놓은 말들을 기억하고 있다.


"윤호형, 일본에 처음 가서 형 안고 엄청 울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형의 좋은 걸 많이 본받아 이렇게 강해져버렸어. 너무 고마워."

"창민이, 예전에 네가 힘들어 할 때 네 컴퓨터에 힘내라고 작은 글 써놨었는데 이젠 너무 남자다워지고 커버려서 그 글 삭제해야겠다."

이 편지만 봐도 다섯 명의 일본 초기 시절이 얼마나 고달팠을지 그려진다. 윤호에게 안겨서 엉엉 울었을 유천이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그 아이가 얼마나 조그만 아이였을까, 얼마나 여리고 약했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스스로 강해졌음을, 그리고 그게 당신을 본받아 그런 것이라고 선뜻 곁을 내어주던 착한 아이.
그런 아이가 자신보다 어리고 작은 동생에게는 너른 품을 내어줄 수 있는 어른이기도 했다. 모두가 힘들지만, 그래도 힘내자고. 그것도 컴퓨터에 작은 글을 써놨다는 그 말이, 그리고 이제는 필요가 없으니 지워야겠다는 그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자기보다 어린 사람을 대할 때 유천이는 항상 어른이 되곤 했다.


윤호나 재중에게는 언제나 껴안기면서 투정부리곤 했던 애교 많은 동생이었는데 창민이에게는 정말 다정한 형이었다. 특히 일본에 가고서부터는 창민이를 챙기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 것 같기도 했다. 창민이를 바라볼 때 그 눈빛이 진짜 다정했다.


(준수는 왜 그렇게 괴롭히고 싶어 안달냈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유천이 인생에서 준수만큼 괴롭히고 못된 장난부리던 대상이 없었을 것 같음)

여러 상황들에 맞물려서 가장 소중한 걸 잃어야했을 소년들의 그 마음도 너무 알겠다. 너무 소중해서 사랑하고 고맙고 그냥 언제나 미안하다는 말을 서로에게 주고받아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던 너희들. 그들은 정말 강해졌고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정말 응원했다. 이미 타고난 아이들이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얻는 결과들이 어떻게 찬란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그 누구도 허투루 살지 않았다.

나는 다른 걸 떠나서 유천이가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말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 그 안에서도 어떻게서든 살아남으려고 열심히 노력한 거 맞는데. 회사 나오고서 처음엔 진로 제대로 못 정하고 혼자 한참을 방황하다가 열심히 노력해서 연기 시작한 건데. 그 당시에도 아이돌이 연기하는 게 흔한 일이었지만, 유천이가 처음 선택한 드라마는 물론 로맨스소설 기반이었다지만 분명 사극이었고, 로코물도 아니었다. 오히려 정극에 가까운 사극이었지. 그리고 촬영하면서도 계속 투어 뛰고, 가수 활동을 저버린 것도 아니었다. 진짜 박유천 그때 열심히 살았다.


아무튼 모두 정말 최선을 다했고, 우리도 항상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듯이 서로 달랐을 뿐인 거고. 나는 그 시절 모두를 너무 예쁘게 기억하고 있어서, 그냥 소중하다. 그 시절은 여전히 반짝반짝 빛을 내면서 빛나고 있어. 정말 잘했어. 고생했어. 이제는 나보다 어려진 그 시절의 너희들은 지금의 나보다 더 멋지게 최선을 다했어. 정말 대단해.

그러니까 나는, 유천이를 혼자 좋아하기엔 너무 마음이 여리고 쉽게 상처받는 사람이라서 추팔하면서 유천이를 깐다거나, 유천이를 배제하면 너무 슬프다. 부정하고 싶을 만큼 미운 그 마음 너무 잘 알겠지만, 누구보다 잘 알지만. 유천이의 노력까지 모두 무시하는 것 같아서 그냥 슬프다.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우리 유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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