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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2/왜 아직도 너를 좋아하는가

2. 너의 외형

솔직히 정말로 잘생겼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고 앞으로도 볼 수 없을 그런 얼굴.

예전, 살도 안 찌는 체질이었을 때 삐쩍 말라서 도드라지는 뼈나 얼굴 윤곽 같은 것들이 참 예뻤다.


거기에 눈은 되게 순하게 생겼다. 눈망울 자체가 순딩하게 생겼다고 해야 하나. 초롱초롱 반짝반짝 빛난다. 어릴 때 옅게 진 쌍꺼풀도 좋아했다. 그걸 덮고 있는 속눈썹도.


이마에서 코끝까지 떨어지는 그 선이 정말 장난 아니다. 그런데 입술은 또 도톰하다.


그 반질반질하니 예쁜 광대도 꼭 언급해줘야 한다. 빤질빤질 기분 좋을 때마다 퐁퐁 솟아오르는 광대는 정말.. 깨물고 싶다. 그리고 나는 박유천의 귀도 너무 좋다. 동그랗게 생겨가지고 정면에서 예쁘게 뿅 보이는 귀.

어디 하나 떼어 놓아도 예쁜 그런 눈코입이 한 얼굴에 담겨 있으니 어떻게 네가 못생겼을 수 있겠어.

베일 듯한 콧날, 날카로운 눈매, 붉은 입술 이런 전형적인 미와 거리가 먼 얼굴이다. 코는 높지만 끝이 뭉툭하고, 눈매는 아주 서글서글한데 또 정색하면 흠칫하게 만드는 눈이고, 입술은 통통하고 라인 이쁘니까 인정. 이런 전형적인 기준에서 은근히 비껴가는데 그 조화가 참 좋다.
정말 흔하지 않은 얼굴이다. 설명하기도 어렵다. 이마에서 코끝까지 떨어지는 그 라인은 굉장히 남성성을 강조하는데 눈매나 입술은 서글서글하니 예쁘다. 흑 근데 광대는 빵글빵글해서 웃을 때마다 퐁퐁 튀어 오르는 게 정말 예쁘단 말이야. 웃을 때 눈 접어가면서 웃는 것도, 이를 다 드러내고 웃는 것도. 어떤 표정 하나 못생긴 게 없는데 얘는 그걸 꾸미면서 내는 표정이 아니라는 거다. 다 진심이고 장난기 어린 표정이고.

사실 얼굴 때문에 좋아하는 거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도, 잘생긴 건 또 맞아서 할 말이 없다. 박유천 얼굴에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눈썹이겠지. (야 눈썹 문신이나 해) 그래도 눈썹은 메이크업으로 커버가 되니까 괜찮다. 자기는 눈썹 없는 모습도 자연스러워서 좋다곤 하는데, 그건 네 생각이고.

그런데 이걸 다 떠나서 얘를 가장 완벽한 외형으로 만들어주는 건 그 눈동자 때문인 것 같다. 어딘가 초연하고 아련하고, 따듯한. 눈동자가 정말 깊어서, 그 깊은 눈동자는 너의 수많은 생각들과 집념이 만들어 낸 눈동자겠지. 얘는 저 눈빛 때문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근데 또 잘 울잖아. 그 눈에서 퐁퐁퐁 눈물 떨어질 때면 이상한 가학심이 들기도 하고, 울리고 싶고. 근데 또 기뻐서 우는 모습들은 귀엽고 예쁜데 슬퍼서 감당할 수 없어서 울기 시작하면 참 슬프다. 매번 같은 말 반복이지만 저 우는 걸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는 유천이가 좋다.


그리고 활짝 예쁘게 웃을 줄도 아는 사람이기도 해서, 그것도 좋다. 두 눈을 접어가면서 웃을 때 생기는 인디언 보조개나, 안 그래도 큰 입을 활짝 벌리고 웃을 때. 진짜 예쁘다. 어디서 이런 애가 굴러왔는지.


그리고 웃을 때 배를 잡고 웃는다거나, 누구를 붙잡고 웃는다거나. 그런 습관도 참 예쁘다.


그래서인지 머리를 아무렇게나 해도 예쁘긴 하다. 기르면 기르는 대로 분위기 있고. 밤톨처럼 빡빡 밀어도 귀엽고. 어느 색으로 염색을 해놔도 잘 어울리고. 동기방기 시절 수많은 폭탄에도 고고이 살아남았던 얼굴.. 솔직히 치렁치렁 해놔도 길들여진 늑대 같고 좋았다. 솔직히 동기방기 때 갯셈이 박유천 머리는 곱게 놔둔 거 생각하면 얘를 전적으로 비쥬얼 멤버로 밀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수많은 실험에도 살아남은 자였다거나.. 근데 얘를 대상으로 이상한 건 시키진 않았던 게 맞는 것 같다. 멤버들 머리에 실핀 100개 꽂을 때 혼자 고글 쓰고 페도라 썼던 놈.. 하긴 근데 박유한테 은갈치머리, 사자머리 하라고 했으면 얘는 진짜 울었을 거다. 암튼 나는 모자 뒤로 뒤집어 쓰지만 않으면 다 좋다. 그 뒤집어 쓰고 메이크업 하면 괜찮은데 샛기가 메이크업 하나도 안 하고 지 편한 대로 모자로 머리 눌러대니까 싫은 거다.


그런데 얼굴뿐만 아니라 나는 박유천의 몸도 좋아한다. 내가 얘의 몸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하나하나 읊고 싶은데 그건 너무 변태적일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넓게 벌어진 어깨에 곧은 쇄골, 거기에 팔도 길다. 그리고 그 판판한 상체가 되게 좋다. 지금은 박유천이 탈의를 안 하니까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 군살이라고는 없고. 자기가 싫어서 안 하는 거겠지만 근육 없이 마른 그 몸도 되게 좋다. 어깨가 넓어서 그런 건지 상대적으로 허리도 얇고. 저 유독 튀어나온 갈비뼈 좋아한다..


얘는 문신도 야한 곳에다 해놨다. 심장, 골반, 발목.. 아 발목문신 정말 야하다. 어떻게 거기에 할 생각을 했냐.. 바지 입으면 한줄기만 내려오고. 심장에 자신이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날개로 이루어진 하트의 윤곽선을 따라 적어두고. 골반에는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재중이는 soul을 적고 믹키는 지 이름을 적었는데 갑자기 엄청난 싸인을 새긴 것마냥 박유 올려치기 된 것도 웃기다. 그리고 자기는 절대 볼 수 없을 그 허리 뒤편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은 거.. 대체 누구 보라고 새긴 거야?
아, 그만 할래. 더 읊다가는 변태될 것 같다.

이걸 다 갖고 있는 박유천은 얼굴에 대해서 절대 자만하지 않는다. 자신이 잘생겼다고도 생각 안 할 거다. 가꿔야 한다고도 생각 안 할 거다. 그러니까 얼굴을 막 쓰는 경향도 있다. 야.. 좀 가꿔. 뭐 여러가지로 힘든 일들도 있었고 이젠 나이도 들었고 얘 성격에 관리도 안 했을 테니. 지금 박유한테 20대의 비쥬얼을 내놓으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지만.
지금의 너는 흠집조차 못 될 정도로 과거의 너는 아름다웠다.

너를 좋아하는 이유가 수백 가지는 되겠지만 네가 그 얼굴만 가지고 있었어도 난 널 좋아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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