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사랑했던 너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밝게 웃고 사람 행복하게 웃어줄 줄 알던 너는 너무 눈물이 많았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잘 울었던 너. 울 때마다 발음이고 얼굴이고 모두 뭉개져서 서럽게 우는 걸 보면 그 안의 바다가 얼마나 깊을까 가늠해보려 하곤 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어깨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걸어갈 수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한참이고 주저 앉아 울어야만 간신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려준 것도 너였다. 버거워보이던 네가, 위태롭던 네가 하나둘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그것이 너였기에 버틸 수 있는 일이었고 넌 잘 버텨냈다 말해주고 싶었어.
만약 인간이 정말 창조물이라면 너를 만든 존재는 참 악독할 거라 생각했다. 그 모든 시련들을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자꾸 걸어가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줄래? 나는 네가 되어 살라고 하면 절대 못해.
너에게 조금 더 강한 힘이 있었더라면, 너 스스로 그게 안 되는 거였다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조금은 더 많았더라면, 아니 애초에 네게 일어난 일들 중에 네가 버티기 어려웠던 일들이 없었더라면 너는 괜찮았을까? 이런 수많은 만약들 사이에서 나는 여전히 널 좋아해야 할 이유를 찾고 있다.
하지만 그 시간들 사이에서도 내가 너를 좋아했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었고 내가 좋아하던 모습은 어디로 간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슬펐다. 네가 조금 더 나쁜 사람이었다면, 스스로 그렇게 괴로워하지 않았더라면 너 같은 건 진작에 버리고 떠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들이 들 때면 나는 널 세상에서 제일 미워한다. 조금만 더 잘 살지 그랬니. 그런 한탄은 오직 너의 몫이기에. 누구보다 괴로워할 너를 알아서 나는 한숨으로 그 마음을 눌러본다.

너 같은 걸 몰랐더라면 내 삶이 조금은 평탄했을 텐데. 남들처럼 그냥 농담이 되어 너를 비워버리곤 했을 텐데. 웃기게도 학창시절 너는 나의 전부였기에 나는 그 시간들을 버리지 못했다. 함께 울고 웃었던 그 시간들이 어디로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 여전히 그 시간들은 그곳에 남아있고, 예쁘게 잘 포장되어 있지. 그 시절을 생각하면 당연하게도 너의 목소리가 떠올라. 내가 우리의 그 시간들을 쉽게 저버릴 수 있는 단순한 사람이었다면 조금은 나았을까?
그럼에도 변함없는 건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이기에 나는 여전히 괴롭다.